본문 바로가기
재미만 있는 글

잠깐 들려서 읽고 가는 글 1

by chobo&시작하는 블로거 jelly03 2020. 5. 5.


집이나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는 싫어한다. 별자리와 전생,사후세계도 전혀 믿지 않는다. 그런 사고방식은 당장 눈앞에 있는 어찌하기 힘든 현실, 인간관계, 그리고 나 자신을 외면하는 역활밖에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TV 방송에서 다룰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상한 체험을 한 적이 없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 혼자서 아마미오 섬에 여행을 갔다. 친조부모의 고향이기도 해서, 목적지인 야쿠섬에 가는 길에 들른것이다. 새벽, 페리로 나세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달려 가사리초에 있는 국민숙사에 머물렀다. 아무것도 없는 도시였다. 

저녁에 혼자 해안을 산책하는데 게 한마리가 눈에 띄었다. 보통 게는 인기척을 느끼면 황급히 도망을 치거나 몸을 감추는데, 이 게는 한 쪽만 커다란 집게발을 휘두르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무언가에 화가 난듯 했다. 더구나 그 몸은 갓 태어난 것처럼 반쯤 투명했다. 잘 보니 그 수게의 뒤에 게가 한마리 더 보였다.  물결치는 가장자리에 힘 없이 누워있는 상태로 보아 이미 죽은 듯 했다. 수게는 시체를 나로부터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분노와 슬픔에 크게 충격을 받고 그 자리를 떠났다.

이야기는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국민숙사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신경이 쓰여 다시 한번 해안가를 찾아 갔다. 거기서 내가 발견한 것은 겹치듯 서로 기댄 채 죽은 두마리의 게였다. 게라는 생명채에게 부부관계가 있다거나 죽음의 개념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고, 애초에 게가 감정을 가졌는지 어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 게의 모습에서 틀림없이 그 '있을 리가 없는 것'을 느꼈다. 

P.s. 그런  일을 겪은  후 게를 먹을 수 없게 됐다고 쓰면 좋은 마무리 겠지만,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게는 매우 좋은 음식이다. 양해해 주길 바란다. 


댓글